[친절한 쿡기자] 사건 본질 한참 모르는 ‘김장훈 감싸기’

기사승인 2015-02-25 20: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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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사건 본질 한참 모르는 ‘김장훈 감싸기’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이를 복제할 수 있다’

저작권법 제30조(사적이용을 위한 복제)의 내용입니다.

사단법인 오픈넷이 최근 영화 ‘테이큰3’의 불법 다운로드 논란에 휩싸였던 가수 김장훈의 행위에 대해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해당하기 때문에 ‘합법 다운로드’”라고 주장한 근거입니다.

좀 더 쉽게 풀어 써보자면 김장훈이 한 웹하드 사이트에서 저작권 제휴를 맺은 게 아닌 개인이 올려놓은 ‘테이큰3’ 영상 파일을 다운로드 한 건 김장훈 혼자 즐기기 위한 것이지 이를 재판매하는 등 상업적 유포의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즉, 현재 대부분의 매체(쿠키뉴스 포함)에서 ‘불법 다운로드’라고 표현하고 있지만 사실 정확히 표현해보면 ‘다운로드가 불법이 아니라 불법 업로드 파일을 (모르고) 다운로드한 것’이라는 의미이죠. 그러면서 “원한다면 무료 법률 지원에 나서겠다”고도 덧붙였습니다.

일리 있는 주장입니다. 그런데 불편하게 들리기도 합니다. 오픈넷이 주장한대로 김장훈이 이 파일로 영리를 취한 것도 아니고 그저 (그것도 소액 결제도 해) 다운로드해서 봤을 뿐임에도 왜 최근 대중에게 ‘핫이슈’가 되는지, 즉 이 사건의 본질을 모르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영화 파일의 불법 유포 문제가 사회적 문제가 되면서 많은 영화인들이 ‘굿다운로더’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저작권에 대한 기본 상식 Q&A에 ‘국내에서 정식으로 출시, 유통되지 않은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것은 불법인가요’라는 질문이 있고 답변은 이렇습니다.

“대한민국은 세계저작권협약 가입국으로, 외국인의 저작물이 우리나라에서 보호를 받는 동시에 우리나라의 저작물도 해외에서 보호받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개봉 혹은 정식 유통되지 않은 영화들이 인터넷에 돌아다닌다면 불법 콘텐츠 파일이며, 이런 불법 콘텐츠 파일을 다운로드 받는다면 ‘범죄행위’를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 다음엔 ‘불법 업로더/다운로더는 어떤 처벌을 받나요’라고 묻고 이렇게 답하고 있습니다.

“타인에게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을 불법 무단 업로드하여 저작권을 위반할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 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죄의 경중에 따라 기소유예, 벌금, 형사처벌이 가능하며 저작권 위반자가 형사처벌을 받지 않고 기소유예(-저작권 교육받기-) 수준에서 끝나더라도, 저작권자와 합의되지 않으면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간 상대적으로 관대하게 운영되었던 불법 다운로더들에 대한 처벌 역시 강화되고 있습니다.”

무단 업로드 행위에 대한 위법성이나 처벌 가능성은 분명하지만 다운로드 행위에 대한 건 아직 (도의적으론 분명한 잘못이지만 법적으로) 다운로드 규모 등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이번에 김장훈은 불법 영화 파일 1편을 다운로드했고, 결제(소액으로 추정)를 했기 때문에 불법 파일인 줄 몰랐던 것까지 감안하면 형사적인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현저히 낮아 보입니다. 현 상황에서 이걸 가지고 뉴스 등에서 형사처벌이 되느냐 안 되느냐 전문가를 불러 인터뷰를 하는 것도 다소 황당한 장면입니다.

하지만 두 개의 답변에서 보면 ‘저작권법 위반 행위에 포함된다’고 딱 잘라 말할 수 없을 뿐 영화계에선 불법 파일을 다운로드하는 것도 업로드와 똑같이 영화산업을 좀먹는 행위로 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범죄행위’와 같다”라고 말하고 있죠.

이번 김장훈 ‘테이큰3’ 불법 파일 다운로드 행위 사건의 본질을 이것이 아닐까요.

중요한 건 그가 한 행위가 법적으로도 불법이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느냐가 아니라, 지난해 세월호 특별법을 촉구하는 영화인들을 지지하기도 했던 그가, 영화 못지 않은 불법 음악 파일 문제로 누구보다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소중히 여겨야 할 그가, ‘소셜테이너’로서 여러 사회 현안에 바른 소리를 해 왔던 그가, 정작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영화인들이 하지 말아달라고 애원하고 호소하는 행위를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지적이 나오자 확인해 볼 생각은 안 하고, 해당 네티즌에게 무작정 일베 운운하며 조롱까지 했죠.

김장훈에게 필요한 건 형사처벌이 아니라 반성이고, 실망한 대중도 그의 형사처벌을 원하는 게 아니라 경솔한 행동에 대한 반성일 겁니다.

김장훈의 행위는 ‘합법’이고 원한다면 ‘법률 지원’을 해주겠다는 건 현 상황에 ‘생뚱 맞은 감싸기’로 보입니다.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