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人터뷰] ‘오늘의 연애’ 불륜? 오마주? 정준영?…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기사승인 2015-01-24 19:5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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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오랜만에 나온 로맨틱 코미디 ‘오늘의 연애’는 제목부터 설레었다. 브라운관서 검증된 배우 이승기(28)와 문채원(29)이 주연을 맡아 더욱 관심을 끌었다. 영화는 이승기의 스크린 데뷔작, 문채원에겐 첫 주연작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주로 만들던 박진표(49) 감독의 새로운 시도라는 점도 기대를 한껏 높였다. ‘오늘의 연애’는 그간 박 감독이 선보인 ‘죽어도 좋아’(2002) ‘너는 내 운명’(2005) ‘그 놈 목소리’(2007) ‘내 사랑 내 곁에’(2009) 등과는 분명 결을 달리한다.

호기심을 가득 안고 본 ‘오늘의 연애’는 곳곳에서 의아함을 안겼다. 궁금증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마음으로 얼마 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박 감독을 만났다. 영화를 보면서 물음표가 찍혔던 부분들에 대해 하나하나 질문했다. 1시간여 동안의 인터뷰가 끝난 뒤 영화에 공감되는 부분이 많이 늘었다.


-이번 작품에선 가벼운 애정을 소재로 한 점이 새롭다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시는데 제 생각은 달라요. 시대가 요구하는 사랑, 요즘 시대 연애의 행태가 바뀐 거지 본질이 변하진 않은 것 같아요. 사람을 보고 설레는 감정, 좋아하고 두근두근하는 감정들이 절대로 가벼운 감정은 아니잖아요. ‘조금 더 깊이 있게 부딪히면서 깨지면서 연애하자’ 이런 메시지를 영화에 담고 싶었어요. 그런 면에서 요즘 혹은 오늘날의 연애가 담겨있는 거죠. 그래서 제목도 ‘오늘의 연애’고요.”

-극중 현우(문채원)가 유부남인 회사 상사를 사랑한다. 굳이 불륜을 소재한 이유는
“굳이 따지면 금지된 사랑이니까 불륜이라고 하는데…. 그냥 그것도 하나의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 아닐까 모르겠어요. 처음에 고민을 하긴 했거든요. 동진(이서진)을 돌아온 싱글로 할까, 유부남으로 할까, 아니면 그냥 나이든 싱글로 할까. 그런데 그들의 사랑이 책임질 수 없는 상태까지 가진 않으니 애초에 시나리오에 표현돼있는 대로 밀고 나갔어요. 현우가 사회적 지탄을 받는 수준에서 마무리를 하면 그 캐릭터가 성장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나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래도 영화화하기엔 위험부담이 있는 소재가 아니었나
“영화니까 가능한 거죠. 사실은.”


-이서진 특별출연은 어떻게 성사된 건가
“이서진이라는 사람을 생각하면서 시나리오를 썼어요. 물론 승기나 채원이도 캐스팅이 되고 나서 최적화시키면서 바꾼 게 많지만 이서진씨는 그 사람만이 갖고 있는 어떤 특별한 아우라 같은 게 있잖아요. 뭔진 잘 모르겠으나 많은 사람이 느끼는, 그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건 꼭 이서진이 해야 된다’라고 생각했죠.”

-예능 동반출연했던 이서진-이승기 이미지가 극 몰입 해칠 수도 있지 않았을까
“그런 건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배우가 예능이 많이 나왔건 직업이 가수였건 사실 저한테는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그래서 (오늘의 연애에) 유독 가수들이 많이 나오기도 하죠. 근데 저는 뭐 전혀 개의치 않았어요. 제가 생각하는 이미지의 배우들을 쓴 거니까.”


-정준영도 나와 깜짝 놀랐다
“준영이는 워낙 제가 ‘슈스케’ 할 때부터 좋아했어요. 그 똘기와 사차원. 귀엽잖아요(웃음). 언제 한번 나중에 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하다가 이번에 캐스팅 제의를 했는데 처음엔 (준영이가) 경험도 없고 못하겠다고 거절했었어요. 사실 (제가) 데려다 놓은 거죠. 생각해보니 이번 영화는 제가 좋아했던, 좋아하는 사람들과 작업한 것 같네요.”

-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정준영은 CJ E&M 소속)와 연관해 생각하기도 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CJ라서 캐스팅? 그건 신인감독들이나 당하는 압력이죠(웃음). 저는 제가 좋아서 캐스팅한 거니까 오히려 반대였죠. 오히려 제가 CJ 측에 ‘괜찮겠냐’ 물었어요.”

-과감한 캐스팅이었다. 정준영은 연기경험도 없는 걸로 아는데
“정준영 자체가 어쨌든 제가 좋아하는 코드니까 전 좋았어요. 다만 무게감에 있어서 ‘전반부 이서진만큼 아니다’ ‘연기가 좀 어색하다’ 이런 평들이 있는데…. 저는 준영이가 연기를 못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본인이 가진 기존 가수·예능 이미지 때문에 선입관들이 있으니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게 아닌가 싶어요. 정말 냉정하게 판단해서 정말 못했다면 그건 감독 잘못이죠, 혹시 그런 평가를 받는다면 내가 정말 미안하지. 오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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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2001)가 생각나는 장면들이 좀 있었다
“생각날 수 있죠. 그걸 염두에 두고 한 건 아니지만 시사회 끝나고 나서 그런 얘기들을 들으니까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라고요. 다만 (현우가 구두대신 운동화로 갈아 신고 걷는 장면에서) 구두 들고 쫄래쫄래 쫓아가는 준수(이승기)가 약간 진화된 캐릭터가 아닌가? 여자친구를 위해서 항상 그런 준비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도 많고요. 그리고 장소 자체가 자살률 1위 마포대교였단 말이에요. 청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은 거였어요.

자이로드롭 장면은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걸 왜 그렇게 비슷하게 찍었니’ 그러면 내가 도저히 할 말이 없고(허탈한 웃음). 근데 상황이 다르죠. 엽기적인 그녀에서는 일부러 안 들리는 거리를 택한 거고, 우리 영화는 준수가 어릴 때 현우 때문에 얻은 불치병을 극복하면서 사랑고백을 하는 장치로 쓴 거니까요.”

-현우 캐릭터는 ‘엽기적인 그녀’ 전지현과 비교되더라
“현우 캐릭터가 워낙 술 잘 마시고 그런 면이 있으니까 (그렇겠죠). 엽기적인 그녀 이후 그런 캐릭터들이 한국영화에 쭉 등장들을 하는데, 사실 전혀 색다른 캐릭터를 창조해내긴 쉽지 않죠. 특히 이런 로맨틱 코미디장르에서는. 얼마나 잘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채원이 자체가 좀 잘 못했으면 ‘그거 흉내낸 것 아니냐’ 그랬을 텐데 그 정도 아니잖아요? 예쁘게 사랑스럽게 잘 해냈으니까. 새로운 캐릭터를 창조했다고 생각하지 모방했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는 그냥 가볍게 봤으면 좋겠어요. 데이트 무비, 팝콘 무비잖아요. 연인끼리 팝콘 먹으면서 팔짱끼고 깔깔대면서 볼 그런 편안한 영화요. 관객들에게 설렘을 주는 영화였으면 좋겠어요. 세월호 사고 이후 이 힘들고 짜증나고 황당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요즘 이 시대에 ‘사랑의 설렘이라도 가져보자’ 이런 거니까. 그렇다고 ‘그 힘든 세상에 사랑타령이나 하고 있냐’ 그럼 할 말 없는데(웃음). 반대로 그러니까 이런 설렘이라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해요.”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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