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자극성과 메시지의 과잉… ‘강남 1970’가 안기는 강한 피로감

기사승인 2015-01-24 19: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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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쿠키뉴스=권남영 기자] ‘강남 1970’은 한 마디로 ‘센’ 영화다. 유하(52) 감독이 작정하고 만들었다는 느낌이 강하다. 10년을 이어온 ‘거리 시리즈’ 완결편이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이 선택이 얼마나 큰 호응으로 이어질지는 의문이 든다.

영화는 ‘말죽거리 잔혹사’(2004)에서 ‘비열한 거리’(2006)로 이어진 시리즈 완결편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남자들의 ‘주먹’ 얘기가 주를 이룬다. 하지만 ‘강남 1970’에선 더 깊은 이야기를 다뤘다. 강남 개발이 막 시작되던 1970년대를 배경으로 천민자본주의에 기반한 가진 자들의 횡포, 본질적으로는 인간의 욕망에 대해 고찰한다.



이야기 중심엔 주인공 김종대(이민호)와 백용기(김래원)가 있다. 고아원에서 자라다 넝마주의가 된 두 사람은 어려운 형편에도 친형제 같은 우애를 지키며 살아간다. 집이 없어 철거 빈민촌에서 무단 거주했지만 본격적으로 철거가 시작되면서 이들은 마지막 남은 보금자리까지 빼앗긴다.

우연한 계기로 정치깡패 일에 연루된 두 사람은 경찰에 쫓기는 과정에서 헤어진다. 갈 곳 없던 종대는 조직폭력배 중간보스 강길수(정진영)가 양아들로 거뒀다. 이후 길수는 손을 씻고 새 삶을 시작했지만 종대는 길수 몰래 동네 건달 생활을 한다. 소식이 끊겼던 용기는 명동파 보스 양기택(정호빈) 밑으로 들어가 조직폭력배가 됐다. 주먹질은 물론 살인까지 서슴지 않는 냉혈한이 돼버렸다.

두 사람은 강남 땅 개발을 둘러싼 이권다툼에 휘말리며 재회한다. 서로 다른 조직의 조직원으로 만난 종대와 용기는 서로의 욕망과 의리 사이에서 갈등한다. 하지만 정치권과 청와대까지 긴밀하게 연관된 땅 투기에 얽히며 상황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영화는 이런 과정을 날 것 그대로 보여준다. 자극적인 장면들의 연속적으로 펼쳐진다. 적나라한 애정신과 거친 폭력신들이 이어진다. 인간의 추악한 욕망에 대한 조롱 혹은 비판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그 강도가 너무 세다보니 보는 이는 점점 지치고 만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 한 점도 아쉽다.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유하 감독은 “돈의 가치가 도덕적·민주적 가치보다 우월해진 세태에 대해 돌아보고자 했다”고 제작 의도를 설명했다. 영화는 두 사내의 의리, 가족에 대한 애틋함, 없는 자들과 있는 자들의 대립, 그리고 그 안에 내제된 천민자본주의와 권력의 폭력성에 대해서까지 얘기한다. 강한 의도아래 자극적인 요소들을 쏟아내기만 하는 연출이 다소 부담스럽게 다가온다.

유 감독은 “아무래도 ‘폭력 3부작’의 완결편이니 강도가 셀 수밖에 없었다”며 “70년대가 굉장히 폭력적인 시대이다 보니 폭력성을 배우들에게 좀 더 투영해서 찍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허가 인생도 허락되지 않았던 종대와 용기의 폭력이 과연 권력자들의 폭력보다 더한가라는 질문도 던져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쿡리뷰] 자극성과 메시지의 과잉… ‘강남 1970’가 안기는 강한 피로감

감독의 주문을 충실히 수행한 배우들에겐 높은 점수를 줄만하다. 주로 젠틀한 캐릭터들을 연기하다 과감한 도전을 한 이민호는 무난한 변신을 선보였다. 비열한 캐릭터를 소화하면서도 공감을 잃지 않으려한 김래원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강남 1970’은 시작부터 끝까지 엄청난 중압감을 유지한다. 상영시간 135분이 지나고 나면 어깨가 뻐근해질 정도다. 진한 여운을 남기는 엔딩은 영화관을 나서는 발걸음을 더 무겁게 한다.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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