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쿡리뷰] 김우빈의 ‘기술자들’… 김우빈으로 시작해 김우빈으로 끝나다

기사승인 2014-12-19 15:3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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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영화 ‘기술자들’ 개봉을 기다리는 관객에게 궁금하다.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김우빈이 나오니까”라고 대답한다면 이 영화를 적극 추천하고 싶다. 다른 즐거움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리뷰를 먼저 읽어보길 권한다.

언론시사회를 통해 먼저 공개된 ‘기술자들’을 본 뒤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김우빈의, 김우빈에 의한, 김우빈을 위한 영화.’ 식상할 수 있으나 정확한 표현이다.


기획부터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내용 자체가 주인공 지혁 위주다. 극중 김우빈이 연기한 지혁은 명석한 두뇌를 갖춘 금고털이다. 마지막으로 ‘큰 건’을 하고 손을 털려는 지혁이 인력조달에 능한 구인(고창석)과 최고 서버해킹 실력을 지닌 종배(이현우)를 만나 팀을 꾸리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하지만 계획은 밀수업자 출신의 검은손 조 사장(김영철)에게 막힌다. 그는 인천세관을 털려는 대규모 범죄에 이용하려고 세 사람을 붙잡아 협박한다. 우연히 맺어진 인연은 아니다. 조 사장은 과거 지혁과 얽힌 사연이 있는 인물이다. 모든 이야기가 지혁에게서 시작되고 그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김홍선 감독은 18일 기자들과 만나 “영화의 90%가 김우빈이더라”는 지적에 “처음부터 그런 의도로 만들어진 작품”이라고 답했다. 그는 “극중 등장하는 이 실장(임주환) 패거리, 조달환 무리, 형사팀이 모두 지혁 역할을 서포트하는 역할을 맡았다”고 말했다.

주요 배역인데도 구인과 종배의 분량은 많지 않다. 배우 고창석, 이현우를 만났을 때도 같은 질문을 던졌다. 두 사람 반응은 비슷했다. 아쉬운 듯한 미소를 지으면서도 “원래 나머지 인물들은 지혁을 부각시키기 위한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거의 모든 장면에 김우빈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맡은 역할과 비중이 절대적이다. 만약 그가 흔들리면 작품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연기경력이 그리 오래되지 않은 그에겐 더욱 벅차게 느껴졌을 것이다.

다행히도 김우빈은 영화를 살렸다. 빠른 흐름에서 결코 뒤처지지 않았다. 기본적인 연기력을 바탕으로 고강도 액션도 무리 없이 해냈다. 뛰는 건 기본이다. 경찰을 피하려 자동차 질주를 벌이고 바다로 뛰어들기까지 했다. 여성 관객의 환호를 자아내는 비주얼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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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평하긴 어렵다. 너무 많은 정보를 쏟아내는 초반은 살짝 지루하다. 범죄 영화의 전형을 답습하는 내용은 식상하다. 장르에서 오는 ‘뻔함’에서 벗어나려는 김 감독의 노력이 곳곳에서 엿보이긴 한다. 극 막바지엔 야심차게 반전요소를 넣었으나 이마저도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는 아니었다.

그럼에도 ‘기술자들’은 충분히 매력적이다. 잔잔한 내용의 작품들이 포진한 연말 박스오피스에 색다른 선택이 될 듯하다. 시원한 액션과 함께 116분이 금새 지나간다. 김우빈뿐 아니라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강한 인상을 남긴다. 개인은 물론 이들이 함께 이루는 시너지도 좋다. 오는 24일 개봉.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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