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K팝 가수들의 1위는 실로 다양합니다. 모두 1위인데, 그 타이틀이 다 다릅니다. 오리콘 데일리 차트 1위, 위클리 차트 1위, 가끔 빌보드 차트 1위라고 해서 놀라 들여다보면 월드앨범 차트 1위랍니다. 요즘은 아이치이 차트라는 것도 있습니다. 중국 차트랍니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1위 타이틀이 난무하는데, 이 1위들이 대체 정말로 영광의 1위인지, 아니면 아무나 다 주는 1위인지 알 길이 없습니다. 숱한 가요차트들은 대체 어떤 나라에서 어떤 기준으로 집계되는 걸까요? K팝 가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국가별로 묶어 알아봤습니다.

한국

한국에는 크게 두 개의 차트가 있습니다. 가온차트와 한터차트죠. 가온차트는 가운데, 중심이라는 뜻의 순우리말 ‘가온’을 쓴 차트로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에서 운영하고 문화체육관광부가 후원하는 사업입니다. 2010년 2월 출범했죠. 현재 한국의 유일한 음반, 음원판매량 종합 차트를 표방하고 있습니다. 주간, 월간, 연간별로 시기를 나눠 앨범 판매량을 집계합니다. 집계 바탕이 되는 건 한국의 온·오프라인 앨범 판매 매장들과 음원사이트들입니다. 국내 유료 음악 서비스 이용자 2000만여명 중 약 97%이상의 데이터를 집계한다고 하네요.
매년 집계된 판매량을 바탕으로 가온차트 K팝 시상식도 진행합니다.

한터차트는 가온차트보다 좀 더 역사가 오래된 앨범 집계 차트입니다. 1993년 사기업이 처음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죠. 한터차트 또한 국내·외 주요 음반판매점의 판매량을 실시간으로 접수해 전체 판매량을 추정 발표합니다. 예전에는 한터차트가 좀 더 권위 있는 차트로 생각돼왔지만 요즘은 공공기관이 운영하는 가온차트가 좀 더 신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국내 9개 음원사이트 차트가 존재합니다. 그 중 매출 기준 국내에서 점유율이 55%에 육박하는 멜론차트를 가요계에서는 온라인 음원판매량의 지표로 삼습니다. 그 뒤를 이어 Mnet과 네오위즈가 운영하는 벅스뮤직, KT뮤직의 지니가 각각 10%내외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죠.

일본

일본의 가장 대표적인 차트는 오리콘 차트입니다. ‘오리지널 컨피던스(Original Confidence)’의 줄임말로 일본에서 가장 신뢰도 높은 음악차트죠. 일간, 주간, 월간별로 시기를 나눠 앨범 판매량을 집계합니다. 특이한 점은 DVD나 게임 등의 판매 랭킹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1968년 1월 처음 시작됐고 첫 1위를 한 곡은 구로사와 아키라와 로스 프리모스의 ‘러브 유 도쿄(Love You Tokyo)였다고 하네요.

K팝 가수들이 가장 자주 내세우는 것도 이 오리콘 차트입니다. 오리콘 차트는 매주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집계된 차트를 화요일에 발표하는데, 일간 차트, 주간 차트, 월간, 연간 차트가 다 다릅니다. K팝 차트도 요즘은 따로 있습니다. ‘오리콘 일간 차트 1위’와 ‘오리콘 주간 차트 1위’가 동시에 다른 아티스트가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죠.


이외에도 대표적인 음반판매점인 타워 레코드와 HMV의 타워레코드 차트, HMV차트 등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단순히 한 체인 판매점에서 판매된 집계량만 따진 것이기에 전체적으로 보면 판매량이 차이날 수 있습니다. 타워레코드 차트에서 일간 1위를 했다고 해서 오리콘 일간 1위로 직결되지는 않죠.

미국

미국의 경우는 역시 가장 유명한 빌보드(Billboard) 차트를 들 수 있습니다. 사실 빌보드는 음악 잡지의 이름입니다. 1894년 11월 처음 출간됐을 때는 전단지 형식의 업계지였지만 1909년부터 영화와 각종 오락 뉴스를 전하기 시작했죠. 음악 관련 보도는 1913년이었지만 차트는 아니었습니다.

본격적인 차트를 발표하기 시작한 것은 1930년대입니다. 초기에는 팝, 리듬앤블루스, 컨트리 장르의 세 가지 차트뿐이었지만 점점 늘어났죠. 지금은 100개가 넘는 부문에 걸쳐 차트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차트는 장르에 상관없이 싱글 앨범의 순위를 가리는 ‘빌보드 핫 100’차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가수 싸이가 2위에 아깝게 머물러 K팝사상 최고의 순위를 기록한 것도 이 차트입니다. 음반 차트는 ‘빌보드 200’차트라고 부릅니다.

대부분 K팝 가수들이 ‘빌보드 1위를 차지했다’고 하는 것은 ‘월드 앨범 차트’와 ‘K팝 차트’입니다. 월드 앨범 차트는 북미와 영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출시된 디지털 앨범을 다루는 차트로, 팬덤이 견고해 앨범판매량이 높은 아이돌 그룹이라면 한 번쯤 넘볼 수 있는 차트입니다. K팝 차트는 말 그대로 한국 음악만을 다루는 차트입니다. 미국 차트에서 K팝을 장르로 본다니, 놀랍죠?

중국

최근 K팝 가수들의 중국 진출이 늘어나며 중국 차트들이 한국에서 각광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국 전체를 대표하는 차트는 아직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대신 포털을 기반으로 한 음악차트들이 여러 가지 있죠. 중국 포털사이트인 시나닷컴의 시나 차트, 동영상 사이트인 아이치이 뮤직비디오 차트, 음악 사이트인 인위에타이 차트, 가온차트와 중국의 SNS 서비스인 웨이보가 합작해 만들어낸 가온 웨이보 차트 등이 있습니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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