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동행’하자는 김동률… 시끄러운 가요계에 잔잔한 울림

기사승인 2014-10-01 14: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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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뮤직팜 제공

[친절한 쿡기자] ‘동행’하자는 김동률… 시끄러운 가요계에 잔잔한 울림

10월의 첫 날, 가요계는 떠들썩합니다. 걸그룹 소녀시대에서 제시카(본명 정수연·25)가 퇴출되면서 인터넷은 한바탕 난리가 났습니다. 소녀시대 팬뿐 아니라 다른 팬들의 관심도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퇴출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말이 많습니다. 개인적인 사업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고 있는데요. 연인으로 알려진 재미교포 금융맨 타일러 권과의 결혼설이 불거지기도 했습니다. 멤버들 불화설까지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이죠. 점입가경입니다. 아이돌 그룹의 한계일까요.

그런 중 전해진 반가운 소식이 있습니다. 데뷔 20주년을 맞은 싱어송라이터 김동률(40)의 컴백입니다. 3년 만에 정규앨범 6집 ‘동행’을 발표했습니다. 그는 새 앨범을 내놓을 때마다 적지 않은 시간이 걸리기로 유명한데요.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그만큼 수록곡 하나하나에 공을 들인다는 의미겠지요. 인스턴트식 음악이 판을 치는 요즘. 김동률 앨범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입니다.

언제부턴가 가요계는 아이돌들의 무대가 됐습니다. 가요 프로그램을 보다보면 이름모를 그룹들이 부지기수입니다. 조용히 데뷔했다 소리 없이 사라지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죠. 짧게는 며칠에서 길게는 몇 달 반짝 인기를 끌다 다음 히트곡에 자리를 내주곤 합니다.

노래는 보통 댄스곡이 많습니다. 퍼포먼스 위주의 곡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죠. 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가볍게 듣기에 신나고 좋죠. 그런데 유독 좋아하는 노래가 아니라면 오래 두고 듣는 일은 흔치 않습니다. 금세 싫증이 나 MP3 목록에서 지우고 새로 나온 곡들을 뒤져보지요.

이런 상황에도 변치 않고 서정적인 감성의 곡들을 들고 나온 김동률은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고 얘기합니다. 최신 유행을 따르지 않아도 어려운 음악 문법에 기대지 않아도, 듣기 편한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고요. 멜로디와 가사가 좋은 앨범을 내놓고 싶었답니다. 새 앨범 음원을 공개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렇게 말하더군요.

‘역시 김동률답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글이었습니다. 음악에 대한 진심이 가득 담겼습니다. 김동률은 “조그만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들어도 빵빵한 음향 시스템에서 들어도 같은 감정을 전달 할 수 있는 음악을 만들고 싶었다”며 “‘이제 우리 나이엔 들을 음악이 없다’고 체념하는, 음악을 점점 잊고 사는 분들이 다시 음악을 듣게 되는 계기가 되는 앨범을 만들고 싶었다”고 적었습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몇 문장을 옮겨봅니다. “한 두 번씩 듣고 잊혀지는 노래가 아닌, 오랫동안 맘에 남아 자주 꺼내 듣고 싶은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세월이 아주 많이 흐른 뒤 어느 날, 문득 들어도 함께 따라올 그런 추억이 담긴 그런 음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앨범을 준비하던 그의 마음은 이랬답니다.

네티즌들은 “이런 게 진짜 가수의 고민이다” “오랜만에 제대로 된 음악을 듣게 됐다”며 반깁니다. 앨범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음원은 공개 후 채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각종 차트를 휩쓸었습니다. 일명 차트 줄세우기라고들 하지요. 조용히 돌아온 중견가수가 일으킨 파란입니다.

이쯤에서 우리 가요계를 돌아보게 됩니다. 듣는 음악보다 보는 음악 위주가 아니었는지요. 가수보다 퍼포머가 많진 않았는지요. 음악엔 진정성보다 상업의 논리를 담지 않았는지요. 여러 생각에 머리가 아픕니다. 그런데 오히려 반갑습니다. 이렇게 모인 고민들은 더 좋은 방향을 찾는 밑거름이 될 테니까요.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