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세 ‘신격호 동영상’ 롯데 껌 태동 전하며 “장남 신동주가 후계자”

기사승인 2016-02-10 21: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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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세 ‘신격호 동영상’ 롯데 껌 태동 전하며 “장남 신동주가 후계자”

[쿠키뉴스=조현우 기자] 94세의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이 동영상에 등장했다.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경영권 다툼 중인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의 반격으로 보인다.

9일 일본어 웹사이트 ‘롯데 경영 정상화를 요구하는 모임’에는 ‘롯데 창업자 신격호의 긴 인터뷰’라는 제목의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동영상은 질문에 신 총괄회장이 답변하는 일문일답식으로 이뤄졌다. “경영권 문제로 롯데가 흔들리고 있습니다. 롯데그룹 후계자에 관한 생각을 들려주십시요”라는 질문에 신 총괄회장은 “장남인 신동주가 후계자이고 이건 일본, 한국 마찬가지 아닌가. 이것이 상식이다. 다른 사람이 하면 신용이 없어지게 된다”고 답했다.

나머지는 신 총괄회장의 일본행과 롯데 창업 과정에 대한 답변이 대부분이었다.

신 총괄회장은 “소학교 때 ‘킹’이라는 일본 잡지가 나와 읽었고, 일본 소설에는 일본 얘기가 많이 나와 좋은 나라라고 생각했다. 가서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110엔을 모아 일본에 왔다”고 회상했다.

이어 “일본에 오자마자 수년 뒤 일본이 패전하고 대단히 힘들지 않았나. 왜 (사업 아이템으로) 껌을 만들려고 생각했나”라는 질문엔 “미군이 껌을 일본 아이들에게 주면 10~30여명이 몰려가 받고 즐거워했다. 그런 시절이 10년정도 지속됐고 이 모습에 흥미를 가지고 (나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 껌을 사서 분석하고 흉내를 냈다. 기술을 가져온 게 아니라 롯데가 연구해서 일본인을 위한 껌을 만들어낸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신 총괄회장은 “사원이 롯데를 운영, 경영하기 때문에. 모두 열심히 했고 사원을 소중히 여겼다”면서 “사원을 자르지 않았고, 롯데는 신용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롯데는 무리를 하지 않는다.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다. 잘리게 되면 사원은 곤란한 상황이 되는데, 롯데는 사원을 소중히 하고 자르지 않았다”고 밝혔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지금까지 수차례 위임장과 동영상 등을 통해 신 총괄회장이 자신을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지목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해 8월에도 신 총괄회장이 “신동빈을 한국롯데 회장, 일본롯데홀딩스 대표로 임명한 적이 없다”고 말하는 장면을 동영상을 공개했다.

앞서 신 총괄회장은 이달 3일 자신에 대한 ‘성년후견인’ 지정 여부를 판가름할 법원 심리에 출석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심리에서 신 회장은 “판단력에 이상이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은 정신감정을 실시해 신 회장의 건강 상태를 판단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3일 오후 4시 서울가정법원에서 열린 성년후견 개시 심판 청구 첫 심리에 모습을 드러냈다. 귀에 보청기를 끼고 지팡이를 짚으며 법정으로 향했다. ‘어떤 일로 왔는지 아느냐’는 취재진 질문에는 일절 답하지 않았다. 한 시간 뒤 법정을 나선 신 회장은 휠체어에 탄 채 차량으로 이동했다.

법원은 다음달 9일 2차 심문기일에서 신 회장의 정신감정을 실시할 병원 등을 확정키로 했다. 신 회장의 후견인 지정 여부는 신동주·동빈 형제의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에 핵심 변수다. 성년후견제는 질병·노령 등 정신적 제약을 겪는 사람에게 후견인을 정해 재산 관리·치료 등을 돕는 제도다.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