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원 오너 연봉에 1%만 투자했어도… ” 안전설비 미설치로 매년 죽어나가는 노동자들

기사승인 2015-04-25 02: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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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백억원 오너 연봉에 1%만 투자했어도… ” 안전설비 미설치로 매년 죽어나가는 노동자들

포스코·현대제철 등 산업재해 사망사고 수백명… “솜방망이 처벌이 또 다른 사고 부른다”

[쿠키뉴스=이훈 기자] 노동현장에서 일하는 수많은 노동자가 회사 측의 안전설비 미설치로 목숨을 잃고 있다.

최근 포스코 포항제철소 2고로 개보수현장에서 크레인이 옮기던 중량물(슬래그)에 승합차가 깔려 승합차 운전자가 현장에서 숨졌다. 당시 플랜트노조는 “크레인이 15t을 초과한 과적으로 인해 사고가 발생한 만큼 안전 불감증이 부른 인재”라고 주장했다.

현대자동차 그룹 계열사에서도 안전설비 미설치로 인한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포스코에 이어 철강업계 2위인 현대제철의 경우 2012년 이후 현대제철 본사와 협력업체 직원 18명이 작업 도중 사망했다.

현대제철의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보면 지난 2012년 9월 철 구조물 해체작업 중 구조물이 붕괴하면서 업체 직원 1명이 사망했고 같은 해 4명이 작업 중 추락 및 감전사했다. 2013년에는 제강공장 전기로 보수 중 5명이 질식사하는 등 총 10명이 사망했다. 지난해에도 협력업체 직원 2명이 작업 중에 숨졌고 지난 1월에는 현대제철 당진공장에서 하청업체 직원 이모(62)씨가 레미콘 차량에 치여 숨졌다. 가장 최근 일인 지난 3일에는 현대제철 인천공장에서 40대 정규직 노동자가 전기로에서 받아온 쇳물을 분배(사진)하는 곳에 떨어져 사망했다. 전기로에서 받아온 쇳물을 여러 갈래로 분배하는 작업을 위해 대기하던 중 높이 1.1m에서 턴디시(쇳물 분배기) 내부로 추락한 것이다. 당시 노동계에서는 안전장치나 펜스만 있었더라도 사망사고를 방지할 수 있었다고 한숨지었다.

일각에서는 회사 관계자들의 연봉 중 1%만 투자를 했어도 산업재해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는 말까지 나온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까지 사내이사였던 현대제철에서 총 115억60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연봉 총액에는 급여가 7억4000만원이지만 퇴직소득 94억9100만원이 포함됐다. 지난해 10월 중도 퇴임한 박승하 전 현대제철 부회장도 28억7000만원을 받았다.

박세민 금속노조 노동안전보건실장은 “1000만원으로 펜스는 설치할 수 있었다”며 “오너들이 수백원억원 배당금을 챙겨가지만 근로자 안전에 대한 관심과 의지가 결여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너와 대표들이 근로자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산업재해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도 또 다른 사고를 부르는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우병욱 법무법인 피플 보상총괄실장은 “산업 재해는 기본적으로 과태료가 부과되고 안전 점검 강화를 위해 감사가 많이 진행될 뿐 기업이 특별히 피해 보는 것은 없다”며 “산업 재해 후 안전 조치에는 미흡한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건강연대 관계자 또한 “산업재해 사망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기업을 제재하고 최고경영진을 강력하게 처벌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oon@kukinews.com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