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남들에겐 평범한 하루, 환우들에겐 힘겨운 하루…건선 환우들과의 동행

기사승인 2015-10-04 01: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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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남들에겐 평범한 하루, 환우들에겐 힘겨운 하루…건선 환우들과의 동행

[쿠키뉴스=장윤형 기자] 우리에겐 평범한 일상이 누군가에게는 두렵고 어려운 일상이 되기도 한다. 피부 문제가 있는 난치성 환자들의 경우,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고통을 받는다고들 한다. 기자는 난치성 질환 중 하나인 ‘건선’ 환자들의 하루를 동행해 보기로 했다.

우선 건선에 대해 알아볼 필요가 있다. 건선은 우리 몸 속 면역학적 이상으로 피부 각질의 과다한 증식과 염증을 일으키는 질병이다. 피부 세포가 빠르게 자라서 비듬 같은 각질이 겹겹이 쌓이고 두피부터 몸 전체 피부, 손톱, 발톱 등에 걸쳐 증상이 발현된다.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는 비 전염성 만성 피부 질환으로 환자들은 질환으로 인한 신체적 고통 외에도 다른 사람들의 불편한 시선을 견뎌야 하는 심리적 어려움이 크다. 때문에 건선환자들에게는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친구들과 운동 후 샤워를 하거나 미용실에서 머리스타일을 바꾸는 것과 같은 사소한 일도 큰 어려움이다. 이런 어려움에 대해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눠보고자 건선 환우 장유진(38세·가명)씨와 박정임(53세·가명)씨를 만나 평소 일상적으로 누리기 어려웠던 헤어숍을 방문, 메이크오버를 해보는 특별한 데이트를 동행했다.

장유진씨와 박정임씨는 모두 건선이 발현된 지 30년 가까이 되었다. 첫 인사로 건강한 구릿빛 피부를 칭찬하자, 장유진씨는 피부 전체적인 증상이 반복되어 고르지 못한 피부를 가리기 위해 태닝을 주기적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건선 환자들에겐 야외에서 자연광을 쐬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되지만 증상이 심할 때는 주변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 이마저도 힘들다. 박정임씨 역시 햇볕을 많이 쬐기 위해 야외 운동을 오래 해오고 있지만 운동 후 남들의 시선이 신경 쓰여 칸막이가 없는 공동 샤워장에서의 샤워는 꿈도 못 꾼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건선은 타인에게 전염되지 않지만 붉은 얼룩, 반점, 각질을 동반해 잘 모르는 이들의 편견과 오해를 사고 있다. 대한건선학회가 2014년 초 건선환자들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삶의 질을 조사한 결과, 건선이 없는 사람들에 비해 우울증 39%, 불안증 31%, 자살충동은 44%나 높게 조사됐다.

이런 편견과 오해 때문에 박정임씨의 경우 남들이 거부감을 느낄 거라는 생각에 단체 여행이나 친척집 방문이 꺼려하며 종갓집 며느리이지만 시댁에 가더라도 되도록 당일 집에 오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장유진씨는 초등학교 2학년에 건선이 시작되어 학창시절과 사춘기에 힘든 기억이 많다고 했다. 그녀는 단순히 어루러기인 줄 알았던 증상을 건선으로 진단 받기 까지도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치료 초기에 스테로이드 연고를 많이 바르면 좋을 것 같아 덕지덕지 바르다가 오히려 피부를 얇게 해 튼살로 고생 했고, 항히스타민제를 먹으면 졸음이 많이 와서 학교에서 늘 졸았다.

사춘기 시절 친구들로부터 ‘좀 씻고 다녀, 지저분해’라는 말을 들을 때면 상처가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건선으로 인해 피부에 관심을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대학에서의 전공도 피부미용으로 선택, 진로를 정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이들은 여자로써 예쁜 옷을 사 입기보다 증상을 가리는 것에 더 중점을 두며 옷을 골라야한다는 속상함을 토로했다.

이들과 대중교통으로 평소 방문하기 쉽지 않은 헤어숍으로 이동, 메이크오버를 진행했다. 대중교통의 경우 많은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있다 보니 건선환우들이 힘들어 하는 상황 중 하나라고 한다. 그래서 인지 박정임씨는 다른 이들의 시선에 민감해 보였다.

첫 아이 임신 수 생긴 건선으로 그 이후로는 대중교통이용을 거의 하지 않았다고 한다. 헤어숍 역시 헤어 디자이너가 두피 증상을 보고 꺼려할까 걱정이 되어, 늘 가는 곳만 간다고 한다. 담당 디자이너가 숍을 옮기면 따라가거나 하는 식이다. 헤어숍에서의 메이크업까지 끝나고 나자, 두 분 다 처음 만났을 때 보다 한 층 밝아진 표정이었다.

박정임씨는 “평소에 혼자 하기 어려웠던 일들을 도전해보면서 질환에 대해 깊게 얘기하면서 심리적인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피부관리실을 운영하는 장유진씨는 “앞으로 환우분들이 편하게 서로 질환에 대해 이야기도 나누고 관리도 받을 수 있는 ‘건선힐링관리실’을 만들고 싶다”고 전했다.

요즘은 인터넷,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건선에 대한 많은 정보들이 노출돼 사람들의 인식이 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건선 환자 등 수많은 피부질환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주변의 잘못된 시선 때문에 실제 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을 덜어주기엔 아직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한 환우는 “좀 더 많은 이들이 건선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공감을 하게 된다면 우리들이 겪는 힘든 일상이 다시 보통의 일상이 되는 순간이 올 것이”이라고 말했다. vitamin@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