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풀 죽은’ 김진수는 ‘삼촌’ 차두리에게 계속 미안해 했다

기사승인 2015-02-01 10:33:55
- + 인쇄
[아시안컵] ‘풀 죽은’ 김진수는 ‘삼촌’ 차두리에게 계속 미안해 했다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그에겐 평생 못 잊을 10초였다. 자신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토미 유리치(24·웨스턴 시드니 원더러스 FC)와 뒤엉켜 속된 표현으로 혼자서 낑낑거렸다. 야속하게도 다른 수비수들은 자리만 지키고 있을 뿐 도와주지 않았다. 결국 뚫렸고, 결승골의 빌미가 됐다.

31일(한국시각) 공동취재구역(믹스트존)을 빠져나오는 김진수(23·호펜하임)는 발걸음도, 표정도 무거웠다.

경기가 끝난 뒤 김진수는 마이크를 들이대는 취재진 앞에서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 김진수의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건 이날 경기가 대표팀 은퇴 무대였던 차두리였다.

김진수는 “미안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차)두리 형에게 마지막 선물을 해주고 싶었다”며 “너무 큰 실수를 저질렀다. 이번 경기를 통해 내가 얼마나 부족한 선수인지 느꼈다”고 말했다. 목소리는 풀이 확 죽어 있었다.

김진수에게 차두리는 단순히 축구 대선배 정도를 넘어서는 특별한 존재다. 김진수가 축구를 하게 된 계기에 차두리란 존재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김진수는 지난 26일(한국시간) AFC(아시아축구연맹) 홈페이지에 소개된 인터뷰에서 “2002년 한·일 월드컵 때 초등학교 5학년이었다”며 “그 때 축구를 해야겠다는 소망이 생겼다”고 말했다.

김진수는 특히 차두리에 대해 강한 인상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당시 월드컵에서 차두리 선배가 뛰었는데 지금 아시안컵에서도 함께 뛰고 있다”며 “차두리 선배와 함께 뛰는 기회를 잡았다는 것 자체가 너무도 흥분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김진수는 무려 열두 살 차이나 나는 띠동갑인 차두리를 평소에 ‘삼촌’이라고 부르며 따른다.

김진수에겐 아시안컵이 자신을 축구라는 세계로 이끈 이와 같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빈 꿈 같은 무대였던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결승골의 순간이 더 가슴을 후벼파는 아픔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는 “한 번의 잘못된 판단으로 고생한 모든 분들과 축구 팬들에게 실망감을 안겨드렸다. 너무도 경솔했다”며 “지금까지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큰 실수였다.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모두에게 죄송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afero@kmib.co.kr 기사모아보기
친절한 쿡기자 타이틀
모아타운 갈등을 바라보며
오세훈 서울시장이 역점을 둔 도시 정비 사업 중 하나인 ‘모아타운’을 두고, 서울 곳곳이 찬반 문제로 떠들썩합니다. 모아타운 선정지는 물론 일부 예상지는 주민 간, 원주민·외지인 간 갈등으로 동네가 두 쪽이 난 상황입니다. 지난 13일 찾은 모아타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