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쿡기자] ‘필’이 달랐던 두목곰, 김동주의 은퇴는 그래서 더 아쉽다

기사승인 2015-01-31 12: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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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쿡기자] ‘필’이 달랐던 두목곰, 김동주의 은퇴는 그래서 더 아쉽다

[쿠키뉴스=김현섭 기자] 2000년 5월 4일 두산 베어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프로야구 경기 3회말.

두산의 4번 타자 김동주(당시 24세)가 특유의 차가운 표정으로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투수는 롯데의 외국인 선수 기론. 초구를 흘려보낸 김동주는 볼카운트 1볼 0스트라이크에서 기론의 몸쪽 직구를 마치 ‘골프 스윙’을 하듯 시원스럽게 휘둘러 받아쳤습니다. 맞는 순간 홈런인 건 당연하고 문제는 이 공이 과연 어디까지 날아가느냐였죠.

양 팀 선수, 팬, 심판 등 잠실구장 안에 있는 수 만명의 사람들은 이미 점처럼 작아진 공만 멍하니 쳐다봤습니다. 끝도 없이 쭉쭉 뻗어가는 공. 왼쪽 파울 폴대 위를 지나더니 잠실구장의 지붕 밖으로 사라져 버렸습니다. 강광회 3루심은 오른손 검지 손가락을 크게 휘저었습니다. 1982년 7월 15일 잠실구장이 지어진 이래 처음으로 정규 경기에서 장외홈런이 나오는 순간이었습니다. 기록된 비거리는 150m. 그 주인공은 김동주였습니다.

김동주의 은퇴가 더 아쉬운 이유는 단순히 그가 잘하는 선수였기 때문도, 국가대표 4번 타자였기 때문도, 인기구단 두산 베어스의 프랜차이즈 스타였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는 이처럼 필(feel)’이 다른 선수였습니다. 똑같은 안타를 쳐도, 홈런을 쳐도, 하다못해 국민타자 이승엽에게도 느끼지 못하는 그만의 ‘카리스마’가 있었습니다.

그것만으로 팬들은 즐거웠고, 동료들은 든든했고, 상대팀은 주눅이 들었습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일본만 만나면 유난히 ‘미친 활약’을 했던 ‘일본 킬러’였다는 점에서도 김동주는 팬들에게 더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1997년 8월 일본에서 열린 국제친선대회 일본과의 경기에서 오사카돔 전광판을 깨버려 일본 선수들을 질려버리게 만들기도 했죠. 당시 이 타구의 비거리는 162m로 기록됐습니다.

그는 한국 프로야구 구장 중 가장 뜨거운 곳이라는 잠실의 홈런왕이었습니다. 프로생활 17년 간 그가 ‘잠실구장에서만’ 날린 홈런은 131개(총 273개)입니다.

김동주는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은퇴를 밝히며 “지도자로 복귀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느낌이 달랐던 그였기에, 야구장이 아닌 다른 곳에 있는 그의 모습이 팬들에겐 아직 어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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