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기자의 호시탐탐] “저가라고 광고할 땐 언제고?” 외국 담배회사의 1000원 갑(甲)질

기사승인 2015-01-28 02: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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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기자의 호시탐탐] “저가라고 광고할 땐 언제고?” 외국 담배회사의 1000원 갑(甲)질

[쿠키뉴스=조규봉 기자] 담뱃값 인상으로 가격 장난을 치는 담배회사가 있습니다. 외국 담배회사 BAT코리아라는 곳인데요. 2000~3000억원대의 시장 점유율을 형성하고 있는 외국 담배 업계 2위 업체 입니다. 1위는 필립모리스로 4000억원대의 매출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BAT코리아는 1위 필립모리스와는 어느 정도의 점유율 차이를 보이고 있으며, 대표 상품인 ‘던힐’ 외에 내세울만한 제품이 없는 회사입니다. 그런데 인기 없는 담배 회사가 정부의 담뱃값 인상으로 호시절을 맞았습니다. 다름 아닌 가격을 앞세워 애연가들을 꼬드기고 있는 것인데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정부가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해서 일반적으로 담뱃값이 4500원이 됐지요. BAT코리아의 경우 제품 경쟁력이 없는 '보그' 담배에 대해 2000원이 아닌 1000원을 인상을 합니다. 이렇게 되면 보그의 시중가는 3500원이 되겠지요. 인기가 없어도 가격 경쟁력 면에서 다른 담배들과 쉽게 경쟁을 할 수 있지요. 한 푼이 아쉬운 애연가들은 1000원 저렴한 담배에 열광할 정도이니까요.

BAT코리아는 애연가들의 이런 약점을 교묘하게 노린 것입니다.

더 교묘한 것은 담뱃값 인상 이후 3500원에 불티(?)나게 판매된 ‘보그’ 제품을 없애기로 했다는 군요. 느닷없이 3500원에는 이제 안 판다고 하니 뭔가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느낌인데요. 담뱃세가 3318원임을 감안하면 당초 BAT코리아의 저가정책은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컸지요. 하지만 얍삽한(?) 담배회사는 손실이 되는 시점이 되자 이처럼 가격을 다시 올린 것입니다.

3500원에 판매되는 담배가 모두 판매되면 4000원 이상의 신제품이 그 자리를 채울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선 현재 1000원이라도 더 저렴하게 구입하려는 소비자들 통에 '사재기' 현상까지 낳고 있답니다.

자, 이쯤 되면 누가 봐도 꼼수지요? 보그 담배의 겉포장에는 저렴함을 강조하기 위한 ‘3500원’ 가격표시가 뚜렷하게 박혀있습니다. 애연가들은 BAT코리아의 담뱃값 장난에 농락당한 기분일겁니다.

또 애연가들은 잘 알겁니다. BAT코리아가 저가정책으로 이미지 포장을 했지만, 그게 다 미끼정책이었다는 사실을 말이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은 평소 이 회사의 담배를 애용하지 않던 애연가들도 자연스럽게 이 곳의 담배를 구매하게 되는 효과를 얻었지요. 저가정책 하나로 안 팔리는 담배도 팔고, 잘 팔리는 담배의 소비자 이용률을 더 높일 수 있었으니 말이에요.

때문에 소비 점유율을 높이는 방법 중에 가격정책만큼 효과 큰 것도 없지요. 그러나 금번 BAT코리아의 가격정책은 소비층을 오히려 떨어지게 하는 요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국민정서법이란 말이 있지요. 도덕적이지 못한 행위나 행태, 다소 간사한 행위 등에 대한 국민들의 노여움이 곧 법처럼 효력을 지닌다 해서 나온 말입니다. ‘갑(甲)질’하는 기업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법이기도 한데요. BAT코리아가 애연가들을 상대로 가격 장난치는 것 또한 갑질이 아니고 뭐겠습니까? 갑질 해명의 기회를 드릴 테니 꼭 좀 얘기해주시죠. 그런데 가격 장난친 행동이 부끄러워 해명이나 하실 수 있겠어요? ckb@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