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컵] ‘폭풍질주’가 아름다운 노장 차두리… 후회 없는 은퇴 무대 기대해

기사승인 2015-01-26 23: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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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폭풍질주’가 아름다운 노장 차두리… 후회 없는 은퇴 무대 기대해

[쿠키뉴스=김민석 기자] '차미네이터' 차두리(35·FC서울)는 노장이 됐을 때 더 빛났다.

슈틸리케호의 '맏형' 차두리가 26일 호주 시드니의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이라크와의 4강전에서 오른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해 90분 풀타임을 소화하며 대표팀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차두리를 선발 명단에 올렸다. 측면이 강한 이라크를 봉쇄하기 위해 몸싸움이 강한 차두리를 선택한 것이다. 차두리는 90분 내내 이라크 좌우 날개를 꺾으며 슈틸리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차두리가 후방을 지키는 사이 한국은 전반 20분 이정협(상주)의 헤딩 결승골에 이어 후반 5분 김영권(광저우 헝다)의 추가골까지 이어지며 비교적 손쉽게 승리를 맛볼 수 있었다.

차두리의 진가는 후반 중반 이후 발휘됐다. 그는 체력이 고갈된 다른 선수들 사이를 종횡무진 누볐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비까지 내려 체력적인 부담이 예상됐지만, 그는 이번에도 로봇일지 모른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심히 뛰었다.

차두리는 후반 12분 이라크의 두르감 이스마엘이 페널티지역 왼쪽까지 들어와 날린 슈팅을 몸을 날려 막는 등 투혼을 불살랐다. 특히 후반 35분 모두가 지쳤을 때 오른쪽 측면에서 질주 본능을 재연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이라크 수비수 두 명이 몸으로 막아섰지만 다소 수비적이던 분위기를 바꾸는데 일조했다.

차두리는 대표팀의 맏형 역할을 톡톡히 하며 한국을 결승까지 이끌었다. 그 중에서도 우즈베키스탄과 맞붙은 8강전에서 터진 70m 질주 장면은 전설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2002년 월드컵 신화를 일군 주역 중 한 명이지만 브라질 월드컵에선 무슨 이유에선지 축구 해설을 해야했다. 차두리는 국가대표 자리에 미련이 없었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그의 은퇴를 말렸다. 결국 차두리는 아시안컵 결승전이라는 후회없는 A매치 은퇴 무대를 갖게됐다. 그의 국보급 주특기 '치고 달리기'가 또 한번 더 터져줄까.

한국은 호주와 아랍에미리트의 준결승전 승자와 오는 31일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대회 패권을 놓고 맞붙는다. ideaed@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