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운동과 엑소가 무슨 상관이죠?” 영화 ‘카트’에서 도경수가 의미하는 것

기사승인 2014-10-22 16:5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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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운동과 엑소가 무슨 상관이죠?” 영화 ‘카트’에서 도경수가 의미하는 것

영화 ‘카트’는 비정규직의 고용보장권리를 다룬 영화다. 수당 없는 야근은 물론이고 보일러실 옆에 칸막이를 덧대 만든 휴게실에서 쪼그려 쉬는 비정규직들의 설움, 그리고 그들이 정당한 노동권을 확보하기 위해 나섰을 때 벌어지는 일들을 다룬다. 영화 속에는 사회적인 메시지가 진하게 배어 있다. 염정아, 문정희, 김영애 등 연기파 배우들이 ‘용감하게’ 이름을 올렸다. 그런데 다소 생경한 이름이 있다. 엑소 디오(도경수)다. 흥행의 대표주자인 엑소는 왜 비주류인 비정규직을 연기하게 됐을까.

어쩌면 낯선 이야기… 도경수, 10대와 비정규직 사이의 간극을 허물다

카트 속 인물들은 낯익다. 아들의 수학여행비에 고민하는 엄마, 청소노동자들에게 주스를 돌리고 대신 직접 담근 김장김치를 얻어먹는 노총각 대리, 어린이집에 맡겨놓은 아이를 빨리 데리러 가기 위해 직장상사의 눈치에도 불구하고 ‘칼퇴’를 고집하는 이혼녀 등이다. 실제로 흔히 일어나는 문제들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스크린 속에서 일상은 비주류가 된다. 사람들은 스크린에서 블록버스터, 판타지, 로맨스를 찾는다. 관람료 9000원을 내고 노동운동을 선택하는 이들은 소수다. 특히 노동의 비애를 아직 접하지 않은 10대들이 선택할 만한 영화는 더욱 아니다. 그러나 도경수는 엑소라는 이름으로 10대와 비정규직 사이의 간극을 허문다.

“너라면 어떻게 할래?” 생각의 여지를 던지는 태영

극중에서 도경수는 설움을 당하는 편의점 아르바이트생 태영으로 분한다. 태영은 편의점 점주와 약속했던 두 달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원래 받아야 할 월급의 반도 받지 못하고 쫓겨난다. 화를 낸 순간 편의점 점주는 그에게 폭력까지 가한다. 노동법의 사각지대에 서 있는 미성년자들이 얼마든지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태영은 도경수의 팬인 10대들에게 ‘이런 문제에 직면한다면 어떻게 대처할까’하는 물음을 던진다.

‘아이돌의 힘’ 크라우드 펀딩 운동 번지게 한 도경수

카트는 크라우드 펀딩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를 위해 금융기관 없이 소셜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불특정다수가 온라인을 통해 자금을 모으는 활동이다. 사회적으로 민감한 문제를 다룬 영화 특성상 카트는 투자자를 유치하기가 힘들었고, 크라우드 펀딩으로 제작을 꾀했다. 여기서도 도경수는 상당한 힘을 발휘했다. ‘카트’의 2차 크라우드 펀딩 오픈 당시 도경수의 팬들은 크라우드 펀딩 운동까지 하며 영화 제작에 뜻을 모았다. 약 5000명이 관심과 후원을 보냈고, 2억원이라는 돈이 모였다.

아이돌 캐스팅은 많은 위험이 있다. 연기력 외에도 영화의 지향점이 바뀌거나, 극의 흐름을 해치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다. 그러나 적어도 도경수는 관심을 모았다는 것만으로 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연기를 소홀히 한 것은 아니다. 철없던 태영이 엄마의 노동운동을 이해하게 되고, 엄마를 끌어안는 장면은 충분히 감동적이다. 22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카트 언론시사회에서 영화에 함께 출연한 배우 김영애는 “도경수의 연기를 시사회에서 보고 깜짝 놀랐다”며 “처음 하는 연기인데도 정말 잘 해줘서 안아주고 싶었다”고 도경수의 연기에 대해 좋은 평을 내렸다.

카트는 다음 달 13일 개봉된다.

이은지 기자 rickonbge@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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