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비교되니 부끄럽네요” 박 대통령의 브로치와 도쿄지사의 노란 리본

기사승인 2014-07-26 16: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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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해야하는 건 아니지만 비교되니 부끄럽네요” 박 대통령의 브로치와 도쿄지사의 노란 리본

박근혜 대통령이 어제(25일) 오전 방한 중인 마스조에 요이치 도쿄도지사를 청와대에서 접견했습니다. 양국 관계가 냉랭한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어서 관심이 대단했는데요.

무엇보다 박 대통령이 일본 우익 단체들의 혐한시위에 대한 우려를 직접 전달하고 마스조에 지사 또한 “일본 내 일부 ‘증오발언’은 매우 부끄러운 행위”라고 화답했다니, 나름 성과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이번 만남을 계기로 정치적 갈등으로 멀어지는 양국 관계가 개선되기를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있겠죠.

그런데 이날 박 대통령과 마스조에 지사의 만남은 다른 부분에서 네티즌들의 관심을 샀습니다.

네티즌들은 박 대통령의 브로치 패션이 부적절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마스조에 지사가 세월호 참사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색 리본을 오른쪽 가슴에 차고 나온 것과 대비된다는 지적이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특히 박 대통령과 마스조에 지사가 악수하는 본보의 사진이 나돌았는데요. 우리 사진부 이동희 선배가 멋지게 잘 찍으셨네요. 이 사진이 나돈 건 바로 박 대통령의 왼쪽 가슴 브로치와 마스조에 지사의 오른쪽 가슴 노란 리본이 함께 잘 포착됐기 때문입니다.

25일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101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는 짧지는 않은 시간이죠. 그래도 아직 바다에서 나오지 못한 실종자가 10명이나 있습니다. 그 뿐인가요. 세월호 참사의 원인규명은커녕 관련자 처벌 또한 정치권의 힘겨루기에 막혀 지지부진한 상황이죠. 오죽하면 유가족과 시민들이 1박2일 행진을 벌이면서까지 호소하고 있을까요.

이런 상황을 의식한 듯 마스조에 지사는 노란 리본을 패용했습니다. 내가 찾는 곳의 아픔을 먼저 알고 아픔을 함께 한다는 뜻을 표시하려는 것이었겠죠. 별 것 아닐 수도 있지만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아직 씻지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는 고마운 마음 씀씀이입니다.

반면 박 대통령은 평범한 브로치를 착용했습니다.

브로치냐 리본이냐, 이를 놓고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대통령이 마냥 슬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죠. 외교적으로 중대한 손님을 접견하는 입장에서 노란 리본을 차면 상대방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배려를 했을 수도 있습니다.

속뜻이야 무엇이든 많은 네티즌들은 속상해하고 있습니다. 한일 양국의 정치 거물이 한국의 심장 청와대에서 만났는데 정작 일본만 노란 리본을 차고 있었다니 씁쓸하다는 것이죠.

트위터와 페이스북, 각종 커뮤니티에서는 박 대통령의 패션을 놓고 말들이 많습니다. 험악한 말도 있지만 걸러내면 “누가 한국을 대표하고 누가 일본을 대표하는지, 비교됩니다” “부끄럽다” “이제 세월호는 잊었다는 건가?”라는 지적입니다.

저는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를 누구보다 더 가슴 아파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더 진실규명이나 책임자 처벌을 원하고 있을 거라고도 생각하고요. 그런 진심이 이런 브로치나 리본 같은 것 때문에 오해받는 상황이 다시 오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