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갑상선암 과잉진단 찬반 엇갈려…환자들만 더 혼란

기사승인 2014-07-22 11:2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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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갑상선암 과잉진단 찬반 엇갈려…환자들만 더 혼란

최근 갑상선암 과잉진단 논란이 커지면서 갑상선암 검진을 필수로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이에 따라 정부와 국립암센터는 갑상선암의 검진 및 수술 효과와 위해성을 고려해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을 개발하고 있다.

2011년 중앙암등록본부의 국가암등록통계자료를 보면 갑상선암은 주요 암 가운데 발생률 1위(18.6%)인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1999∼2011년까지 10여년간 연평균 23.7% 급증했다. 가장 유력한 갑상선암 급증 원인으로는 초음파 등 검진기술 발전으로 인한 조기 진단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가 21일 공동 주최한 ‘갑상선암 검진 어떻게 할 것인가’ 토론회를 통해 의료계 전문가들은 치열한 논의의 장을 펼쳤다. 하지만 국민들은 여전히 혼란스럽다. 권고안이 마련되는 지금 이 시기에도 수많은 무증상 일반인들이 갑상선암 검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의 의견도 분분했다.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무작위 검사 자제하고, 위해성 사전 고지” 내용 담겨

국내 주요 국가암(위암 간암 대장암 자궁경부암 유방암) 검진 권고안은 지난 2002년부터 국립암센터 및 암전문학회가 공동으로 개발해 발표하고 있다. 이들 전문가들은 최근 질병비 부담이 큰 폐암과 갑상선암을 국가암검진 권고안에 포함시킬 계획을 하고 있다. 국가암검진 프로그램 제·개정을 전문가 위원회를 구성했고, 우리나라 암발생률 1위인 갑상선암의 조기검진 효과 및 근거 평가를 위한 검진 권고안을 개발할 방침이다.

이번에 제정되는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은 갑상선암 고위험군이 대상이 아니라 무증상 일반인이 대상이 된다. 또한 권고안에는 의료진이 일상적으로 갑상선암 검진을 권고하는 것이 아니라 수검자에게 검진의 효과와 위험성에 관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뒤 검진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방침이다.

김열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 암검진사업과장은 “현재 준비 중인 검진 권고안은 수검자가 갑상선암 검진을 원한다면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해 정보를 충분히 제공한 후 검진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무증상 일반성인에게 초음파를 이용한 갑상선암 선별 검사는 일상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는 내용도 담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권고안 초안은 1~2주 내에 만들어 관련 전문가들에게 배포될 예정이다.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제정위원회 실무위원인 김수영 한림대 의대 가정의학과 교수는 “무증상 성인대상 연구에서 갑상선암 검진의 유해에 대한 문헌이 없어 갑상선암 검사를 반대할 근거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다만 수검사가 갑상선암 검진을 원하는 경우 검진의 이득과 위해에 대해 적절한 정보를 제공한 후 검진을 실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증상 성인 대상 검진 필수 VS 무분별한 검진하지 말아야

이날 토론회에서 의료계 전문가들은 증상이 없는 일반인들 대상으로 한 갑상선암 선별검사를 두고 의견이 찬반으로 갈렸다.

일부 전문의들은 갑상선암에 대해 무분별한 초음파 검진이 이뤄지고 있으므로, 무증상 일반인에게는 검진 필요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신상원 고려대학교 혈액종양내과교수는 “무증상인 사람에게 검진을 시행하는 나라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거의 없다. 더 이상 불필요한 검진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신 교수는 증상이 있고, 검진을 원하는 환자에 한해서는 검진을 시행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정부에 쓴소리도 했다. 신 교수는 “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지금도 수많은 무증상 일반인들에게서 검진이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묵과해서는 안된다. 갑상선암에 대한 부작용, 사망률, 환자들의 현 실태에 대한 개괄적인 상황이라도 국민들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 알려야 한다”고 당부했다.

20~30대 젊은 남녀의 검진이 무분별하게 이뤄지는 부분에 대한 지적도 있었다. 아주대병원 이순영 교수는 “20~30대 증상이 없는 젊은 남녀까지도 필수로 검진을 받아야 한다는 것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초기 갑상선암 중 일부는 빨리 자라거나 예후가 좋지 않아 사망을 초래할 수 있어, 조기 검진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휴먼영상의학센터 나동규 원장은 “정부에서 갑성선암을 필수로 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갑상선암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었다”며 “초기 갑상선암이 림프절 전이 등 증상이 악화돼 심각한 위험을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이 있기에 의사들은 조기에 검진을 권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치료 기준의 적절성 여부, 치료 과정에서의 위해성 여부 등은 앞으로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강호철 전남대 의대 내과 교수는 “암은 원래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크기가 1cm 미만의 작은 갑상선암도 이후 예후가 좋지 않거나 암이 전이돼 공격적인 양상을 보일 것인지를 예측할 방도가 없다. 미국 연구를 봐도 갑상선 미세 유두암이 증세가 악화돼 전이된 사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토론회의 좌장을 맡았던 한국보건의료연구원 임태환 원장은 “갑상선암 검진은 암의 조기 발견을 위한 것이 목적이다. 결국 작은 확률이라도 암이 발견돼 악화될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모든 국민들 대상으로 암의 조기 검진이 이뤄지는 것이다. 서로 누가 맞다 틀리다 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 곧 공리주의다. 이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 한계점은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갑상선암 검진 권고안 외에도 갑상선암 수술 기준에 대해서도 열띤 논의가 이뤄졌다. 갑상선암으로 판정되면, 부분절제술이나 전절제술이 이뤄진다. 갑상선을 절제할 경우 평생을 호르몬제를 복용해야 하는 위험성이 있다. 이에 합병증이 심각한 만큼, 1cm 이하의 갑상선암의 경우 전절제술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장윤형 기자 vitamin@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