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김기태 사퇴…‘10년 암흑기’ 끝냈어도 LG 감독은 ‘독이 든 성배’

기사승인 2014-04-23 23: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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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김기태 사퇴…‘10년 암흑기’ 끝냈어도 LG 감독은 ‘독이 든 성배’

[쿠키 스포츠] 지긋지긋한 ‘10년 암흑기’의 종지부를 찍었어도 프로야구 LG트윈스의 감독직은 ‘독이 든 성배’였다. 지난해 LG를 플레이오프(PS)로 이끌며 일약 ‘영웅’이 됐던 김기태(45) 감독이 올 시즌 성적 부진으로 자진 사퇴했다.

김 감독은 23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경기에 돌연 불참했고, 올 시즌 20경기도 하지 않은 상황(18경기)에서 사령탑을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는 한 시즌을 기준으로 했을 때 1982년 삼미 박현식 감독과 해태 김동엽 감독(이상 13경기), 1983년 MBC 백인천 감독(16경기)에 이어 역대 네 번째로 이른 사퇴다.

앞선 네 번의 사례는 우리나라 프로야구 초창기의 일이다. 하지만 김 감독의 경우 프로 출범 33년째로 구단 운용 시스템이 선진적으로 정착된 시기에 나왔다는 점에서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김 감독은 LG팬들의 ‘한(恨)’을 풀어준 주인공이다.

1990년 창단 첫해 우승을 시작으로 줄곧 강팀으로 군림해 온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에서 준우승한 이듬해부터 2012년까지 무려 10년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그 사이 이광환·이순철·김재박·박종훈 감독 등 4명의 사령탑이 거쳐 갔지만 하위권을 맴돌았다.

이때부터 LG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고 불렸다. 팬들이 열정적인만큼 잘하면 영웅이 되지만 조금이라도 못하면 갖은 비판을 감수해야 하며 언제든 경질될 수 있기 때문이다.

2013년 부임한 김 감독은 2013년에 팀을 정규리그 2위에 올려놓으며 PS에 직행시켰다.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로 팬들은 열광했다.

하지만 좋은 성과는 더욱 달콤한 열매를 선사해야 한다는 압박감으로 이어졌다. 정규리그 2위에 오르고나니 주변의 눈은 ‘4강은 기본,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높아졌다.

예기치 못한 악재까지 발생했다.

지난 시즌 에이스 역할을 한 용병 투수 레다메스 리즈가 돌연 팀을 떠난 것이다. LG는 정규리그 초반부터 심각한 투·타 엇박자를 내며 흔들렸다. 선발은 물론이고 지난해 리그 최강을 자랑하며 팀을 단단히 만들어 줬던 불펜진도 불안해졌다.

LG는 이날까지 4승 13패 1무승부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특히 이날 경기 포함 11경기에서 1승 10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이런 와중에 20일 한화와의 대전 경기에서 팀의 기대주인 투수 정찬헌이 빈볼 시비에 휘말리는 등 내적으로도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결국 김 감독은 내·외부의 압박을 이기지 못한 채 주변의 만류를 뿌리치고 팀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현섭 기자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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