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삭발 100만원” 공금횡령 의혹, 사시존치모임 “회계장부 쓸 시간 없어”

기사승인 2016-05-24 06: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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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정진용 기자, 이소연 기자] 지난해 7월부터 서명운동과 시위, 삭발식을 통해 ‘변호사시험법개정안’의 국회통과를 주장해 온 ‘사법고시존치를위한고시생모임’(이하 사시존치모임)이 공금 횡령으로 내분을 겪고 있다.

사시존치모임의 정모(37) 전 부대표는 한 유명 인터넷 커뮤니티에 “모임의 집행부가 후원금을 횡령했고, 국회 앞에서 2시간 시위하면 일당 5만원, 삭발하면 100만원씩 받아갔다”며 “지금껏 존치모임이 어디에서 후원금을 받고 썼으며, 비자금이 얼마인지를 모조리 알고 있다”는 고발 글을 지난 19일 게재했다.

사법시험(사시) 준비생들 사이에서 이 글의 진위가 논란이 되자 현 부대표 한정훈(37)씨는 지난 20일 정 전 부대표를 허위사실유포에 의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다.

23일 정 전 부대표는 한 부대표를 맞고소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본보는 지난 20일 서울 중랑구 면목동 사가정역 인근에서 사시존치모임의 남상섭(41) 대표를 비롯해 회원 이모(38·7년 준비)씨, 양모(36·3년 준비)씨, 김모(36·태권도 사범)씨를 만났다.



사시 존치 촉구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규탄 시위에 필요한 비용은 어떻게 마련하나

-“사시존치모임 내부에서 갹출도 하고 후원도 받는다. 많은 비(非) 로스쿨 인가 대학교수님들과 기존 사시 출신 변호사들, 또 ‘관악발전협의회’를 비롯한 관악구 신림동 지역상인도 후원을 해주신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변호사 사무실 밀집 지역을 방문해 개인 변호사들에게 모금도 한다.”

후원금은 어디에 쓰이나

-“사시 존치 집회에 사용하는 피켓을 만들고, 집회에 참가한 회원들의 교통비와 식비에도 쓰인다. 원래 고시생들은 신림동에서 월식(月食 : 일정액을 내고 한 달 내내 두세 끼를 해당 식당에서 먹는 방식)을 먹는다. 근데 집회를 하다 보면 식당 운영 시간을 넘기는 경우가 생기니까 후원금 받아서 밥도 사주고, 유대감 형성을 위해 술을 마시기도 한다. 조직생활에서 흔히 있는 일이다.

후원자들도 ‘후원금을 자율적으로 쓰라’고 한다.

또 판례에 따르면 조직의 초기 설립단계에서는 공금 사용을 넓게 해석한다.”

후원금 사용 내역은 공개 하고 있는 건가

-“현실적으로 회계 장부를 매일매일 정리할 순 없다. 지금 소수의 집행부에게 너무 많은 일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따로 경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시위를 매일 나가야 해서 정리할 시간이 없다.

다만 어떻게든 정리를 하려 한다. 집행부가 아예 장부 공개를 안 한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라도 하라면 할 수는 있다.”

사시 존치 활동을 하지 않았던 기간에도 공금을 유용했다는 의혹이 있다. 지난 5일에 다녀온 술집 영수증도 공금 처리를 요청했다던데

-“우리가 술집에 간 건 사실이다. 하지만 무슨 룸살롱에 간 게 아니다.

이날 한 회원이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술집에서 술값을 사비로 계산했다. 그 후 다른 비용을 회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영수증이 실수로 함께 제출된 것이다.

그러나 이를 문제 삼은 정 전 부대표도 국민의당 점거 당시 숙소 비용으로 공금을 맘대로 사용했다.”

[단독] “삭발 100만원” 공금횡령 의혹, 사시존치모임 “회계장부 쓸 시간 없어”


시위 얘기를 해보자. 지난해부터 사시 존치모임은 국회 앞 1인 시위와 삭발식을 진행했다. 총 11명(남자 9명, 여자 2명)이 삭발을 했다. 정 전 부대표는 “2시간 시위하면 일당 5만원, 삭발하면 100만원씩 받아갔다”고 주장한다.

-“한 부대표가 지난해 생활 형편이 너무 어려워서 후원자 한 분이 ‘도와줄 테니 국회 앞에서 1인 시위하라’고 한 건 맞다.

또 100만원은 가발 비용이고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얘기다. 남성은 몰라도 여성의 경우엔 머리카락이 중요하지 않나.

가발 비용을 누군가 개인적으로 줬을 수도 있다. 전 집행부 때의 일이라서 잘 모른다. 이달 초 삭발했던 황지나(31·여)는 더 좋은 곳에 써달라며 가발 비용을 거절했다.”

정 전 부대표와는 어떤 일이 있었나

-“지난 2월 1차 사법시험이 끝난 뒤 들어온 구성원들과 의견 충돌이 있었다. 사시존치모임 성격 자체가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엄격하게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 전 부대표는 너무 과도하게 이런 운동을 법리적 시각으로 바라봐서 1원이라도 쓰면 횡령으로 봤다. 옆에서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만큼 빡빡하게 굴었다.

결국 이달 초 정 전 부대표 본인이 자발적으로 사시존치모임에서 나갔다. 그의 명예를 지켜주기 위해 해임은 하지 않았다.”

사시존치모임의 목적에 대해 얘기해보자. 로스쿨의 가장 큰 문제는

-“불공정성이다. 지금 로스쿨은 학생을 사기업 직원 뽑듯이 선발한다. 면접관들이 자의적으로 혈연·학연을 통해 뽑는 방식이다. 돈 있고 ‘빽’있는 자들이 불투명한 로스쿨 제도를 통해서 법조인이 되고 있다. 한마디로 무임승차다. 그 피해는 오로지 서민에게 가고 있다.”

7년 전 이미 사시 폐지가 예고되지 않았나

-“7년간 로스쿨이 잘 운영됐다면 문제없지만, 교육부 전수조사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게 로스쿨 현주소이자 본질이다.

잘못된 게 ‘다들 로스쿨은 없어지면 안 된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없어지고 도태되는 게 자연스러운 것이다.”

앞으로의 계획은

-“20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살피고 그에 맞춰 유동적으로 계획이 바뀔 것 같다.

오는 6월에 2차 사법시험이 끝나고, 여유 있는 사시 준비생들이 생긴다. 20대 국회에서 사시 존치 법안을 발의해 조기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가장 이상적인 것은 19대 국회에서 통과되는 것이었지만, 이미 데드라인을 넘겼다.” jjy4791@kuki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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