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치료에만 집중…국내 노인의학 걸음마 수준

기사승인 2016-03-31 00:2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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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키뉴스=김단비 기자] 서울의 일부 대학병원이 ‘노인’만 보는 진료과를 운영 중이다. 분당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건국대병원, 이대목동병원 등이 그것이다. 노년내과, 시니어클리닉, 노인센터 등 불리는 이름은 저마다 다르다. 그러나 여러 질환을 갖고 있는 노인의 건강상태를 진단하고 치료하고 예방한다는 측면에서 하는 일은 비슷하다.

◆노년내과 병원마다 적자 현실

고령화속도를 감안하더라도 국내 노인의학은 늦은 편이다. 10여년 전 남들보다 일찍 시작한 분당서울대병원팀을 만났다. 체력적 노쇠와 심리적 우울, 다양한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고령 환자들이 이곳을 찾는다. 김 교수는 약 20년 전 일본에서 현지의 노인의학을 경험했다. 고령자에서 발병한 질환의 원인을 찾는다. 김 교수는 “고령자는 복잡한 이유로 병이 발병한다”며 “한 가지 원인만으로 진단해 치료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100여년 전부터 시작한 일본의 노인의학에 비해 국내 는 걸음마 단계라고 설명했다.

분당서울대병원도 매해 적자를 보며 노인치료센터를 운영 중이다. 김철호 센터장은 “공공의료라는 측면으로 보지 않으면 운영을 지속하기 힘든 부분”이라며 “한 명의 노인의 체력, 영양상태, 심리상태를 알아보기 위해 다수의 전문 인력이 투입되고 장시간 평가가 이뤄지는데 현재 의료시스템에서 만족할만한 인력과 시스템을 운영하려면 적자를 감수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 “고령환자 전문 치료로 중복치료 막아야”

서울아산병원도 1995년 일반내과 노인클리닉을 열었다. 2009년 4월 노년내과로 과 명을 바꿨다. 이곳에서는 고령 환자의 수술 전 평가와 치매와 같은 만성 퇴행성 질환의 악화, 노화 상담 등이 이뤄진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이곳을 찾는 환자들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관절염, 기억력장애, 요실금 등에서 3가지 이상의 만성질환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질환이 복합적으로 관리돼야하는 고령 환자가 노년내과를 찾는다. 그러나 이곳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교수는 “노인의 통합진료는 젊은 환자보다 훨씬 많은 진료시간이 소요되고 주의가 필요한데 이러한 부분이 진료수가에 반영되어 있지 않다”며 “숙련된 의료진일지라도 노인 한명의 포괄평과를 위해 30분 이상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각 병원이 이런 공통적인 사정에도 적자를 감수하며 운영하는 까닭에는 필요성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64세 이상의 노인인구는 2026년에 전체 인구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초고령화사회를 대비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끊이질 않는다. 이 교수는 “아이에게 소아과 전문의가 필요한 것처럼, 노인의 경우에도 동일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의 중복 투약, 중복 검사를 막고 증상이 모호해 오진하는 사례를 줄이기 위해서 정책적 지원이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 기사모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