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솔 부는 '비만세'…국내 도입 글쎄?

기사승인 2015-01-22 10: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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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비만학회지에 '식품가격인상정책의 효과' 분석 결과 공개

국민의 흡연율을 낮추려는 목적에서 금년 1월 1일자로 도입된 담뱃값 인상안. 가격 인상정책이 비만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통할 수 있을까? 최근 이러한 의문점에 답을 제시하는 국내 연구진의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연구소 신동교 연구원과 보건복지부 인구정책실 김정주 연구원은 최근 대한비만학회지(Korean J Obes 2014;23:257-273)에 발표한 연구논문을 통해 ""슈가택스(sugar tax), 탄산음료세 및 패스트푸드 가격인상과 같은 가격정책이 비만도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다만 식생활 및 식품가격에 대한 인식이 나라마다 다르기 때문에 국내 도입 여부는 장기적으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전제가 붙었다.

◇""비만도 질병"" 인식확산…세계는 비만과의 전쟁 중

세계보건기구(WHO)가 비만을 '세계적 전염병'이라고 규정한 이래 비만의 사회경제적 비용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면서 현재 각국 정부는 자국민의 비만율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실시 중이다.

일례로 헝가리에서는 소금, 설탕과 같이 지방함량이 높은 가공식품에 부가가치세를 부과하는 일명 '햄버거법'이 도입됐고, 프랑스에서는 청량음료에 세금이 적용되며 미국은 뉴욕주나 필라델피아에서 일부 청량음료에 대해 별도의 세금을 부과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국민의 비만율을 낮추려면 정크푸드의 섭취를 최대한 줄여야 하며 이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가격을 올리는 것""이라면서 식품가격 인상정책에 힘을 실어줬다.
우리나라에서도 2011년 기준 과체중 및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전체 진료비의 약 6%에 해당하는 2조6919억 원으로 추산됨에 따라 국내 상황에 적합한 비만중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다.

◇관련연구 19편 중 12편, ""가격인상이 비만예방 효과 있다"" 결론

이에 신동교·김정주 연구원팀은 가당음료 등 일부 고열량식품의 가격인상이 비만억제에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지를 평가하고, 우리나라에서의 효과적 비만중재방안을 제안하고자 세계 주요국의 식품가격정책, 특히 탄산음료세 가격인상 도입효과를 분석한 논문 19편을 분석했다.

분석에는 슈가택스나 탄산음료세를 도입했던 미국, 영국, 호주 등의 연구가 포함됐는데, 전체 19편 가운데 비만중재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입장한 경우가 12편(63%)으로 가장 많았다. 중립적인 결론을 도출한 논문은 7편이었고, 식품가격을 올렸더니 오히려 비만율이 높아졌다거나 하는 부정적 결론을 내린 논문은 단 1편도 없었다.

실제 2011년 미국에서는 탄산음료 가격을 20% 올렸더니 청소년들이 매주 패스트푸드점을 방문하는 횟수가 0.25회 감소됐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었고(Health Place. 2011;17:1235-41), 2010∼2013년에 나온 연구들에선 가당음료의 가격을 20% 올리면 성인에서 적게는 0.7kg, 많게는 최대 1.7kg까지 체중감량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2012년에는 가당음료 가격을 20% 높이면 저지방우유, 과일주스, 커피, 차 등 비(非)가당음료의 섭취가 늘어난다는 보고도 있었다.

또한 아일랜드에서는 가당음료에 10%의 세금을 부과했을 때 1인당 하루 평균 에너지섭취량이 2.1kcal 줄고, 체질량지수(BMI) 30kg/㎡ 이상의 성인비만율을 1.3% 낮춘 것으로 확인됐다(BMC Public Health 2013;13:860).

호주의 경우 정크푸드에 세금을 부과하면 성인의 평균 체중이 연간 1.6kg 감소하고, 해당 식품의 영양상태를 식품 라벨에 신호등 색깔로 표시하는 신호등 표시제를 도입하면 연 1.3kg 감소한다는 구체적인 연구 결과가 제시된 바 있다(Int J Obes (Lond). 2011;35:1001-9).

그러나 모든 가격인상정책이 성과를 거둔 것만은 아니다.

덴마크 정부는 포화지방이 2.3% 이상 함유된 모든 음식에 대해 지방 1kg당 16 덴마크 크로네(약 2700원)를 부과하는 '비만세'를 2011년 세계 최초로 야심차게 도입했지만, 국민들이 가격이 싼 주변 국가에서 식품쇼핑을 하는 현상이 벌어지면서 덴마크 국내 식품기업에 막대한 손해를 안긴 채 1년 만에 폐지되고 말았다.

현재 우리나라 정부가 건강에 해를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특별 과세를 부과하는 것은 담배와 술뿐.

이번 연구를 주도한 김정주 연구원은 ""식품에 특정 세율을 적용하거나 고열량식품의 가격을 올리는 것은 서민층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시기상조론을 폈다.

또한 ""비만 억제를 위해 비만세 도입이나 특정 식품 가격 인상 정책을 펴기엔 아직 한국인의 비만율이 그리 높지 않아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기 힘들 것""이라면서 ""향후 비만의 재정정책에 대한 보다 폭넓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주장했다.

쿠키뉴스 제휴사 / 메디칼업저버 안경진 기자 kjahn@mo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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