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유 많이 먹을수록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 남성 23%, 여성 44%까지 낮춰

기사승인 2014-09-15 08:5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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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당류인 천연 당, 건강 유익 효과 밝혀져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3월 당류(糖類)의 하루 섭취기준을 기존보다 50% 낮춰야 한다고 권고한 가운데, 당류 중 ‘착한’ 당류인 천연 당의 건강 유익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가 경기 안산, 안성 지역의 39∼70세 주민 1만38명을 2001년과 2002년부터 4년간 추적 조사한
자료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다. 강 교수는 15일 우유를 통해 얻은 당, 즉 유당(乳糖) 섭취가 많을수록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남성은 23%까지, 여성은 44%까지 낮아졌다고 밝혔다.


허리둘레(남성 90㎝, 여성 85㎝ 이상), 공복 혈당(100㎎/㎗ 이상), 혈중 중성지방(150㎎/㎗ 이상), 혈중 HDL 콜레스테롤(남성 40㎎/㎗ 이하, 여성 50㎎/㎗ 이하), 혈압(130/85㎜Hg 이상) 등 5대 건강 위험요인 가운데 셋 이상을 갖고 있으면 대사증후군(metabolic syndrome)으로 진단된다.


강 교수는 “우유(유당) 섭취가 많은 사람들의 대사증후군 발생률이 낮은 이유는 아직 불분명하다”며 “유당 자체가 대사증후군 발생률을 낮췄을 수 있지만 유당, 단백질, 칼슘이 풍부한 우유의 효과일 가능성도 있다”고 추정했다.


강 교수는 또 경기 과천에서 초등학교 4학년생 800여명을 2008년부터 4년간 추적 조사한 결과 과일에서 얻은 당, 즉 과당(果糖)을 많이 먹을수록 아이들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가 더 나았다고 발표했다.

과당을 하루 13.9g(대략 사과 반쪽에 든 과당의 양)이상 섭취한 어린이의 평균 체질량지수는 17.3으로 과당을 거의 먹지 않은 아이들 17.9에 비해 평균 0.6 낮았다. 체질량지수(BMI)는 자신의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값으로 흔히 비만의 지표로 통한다.


또 과당을 하루 13.9g 이상 섭취한 어린이는 허리둘레가 평균 1.3㎝ 가늘었고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평균 6.7㎎/㎗ 낮았다.


강 교수는 “당류를 많이 섭취할수록 비만과 대사증후군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이 학계의 통념”이라며 “그러나 가끔 이 통념을 깨거나 애매한 연구결과들이 나와 (이번 자신의 연구는) 당류를 과당, 유당, 첨가당 등으로 세분한 뒤 각 당들의 건강상 영향을 따져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과일(과당)을 많이 먹으면 하루 섭취 열량이 추가되는 데도 아이들의 체중, 허리둘레가 감소한 것은 아이들이 과일로 배를 채우고, 고열량 간식이나 패스트푸드, 탄산음료 등을 덜 먹은 덕분일 수 있다”고 풀이했다.


당류는 천연당과 첨가당으로 구성된다. 천연당은 우유, 과일 등 천연식품에 든 당, 첨가당은 빵, 아이스크림, 과자, 초콜릿, 탄산음료 등에 단맛을 내기 위해 일부러 넣은 당을 가리킨다.


강 교수는 “과일(과당), 우유(유당)에 함유된 천연당은 건강에 유익한 ‘착한’ 당이고, 건강을 고려한다면 총 당류(첨가당+천연당)보다 첨가당의 섭취를 줄이는 데 신경을 더 많이 써야 한다는 것이 우리 연구의 결론”이라고 설명했다.

강 교수의 과천 연구에선 대표적인 첨가당 함유식품인 탄산음료(첨가당)를 많이 마실수록 아이들의 건강 상태에 전반적으로 적신호가 켜지는 것으로 드러났다.


탄산음료를 주 2회 이상 마신 아이들의 평균 체질량지수는 21.5로, 1회 미만 섭취한 아이들(20.3)보다 1.2나 높았다. 허리둘레도 주 2회 이상 마신 아이들이 평균 4.5㎝나 더 굵었다.

이 연구에 참여한 을지대 식품영양과 이해정 교수는 “과일에서 유래한 당(천연당) 섭취는 체중을 줄여준 데 반해, 탄산음료를 통한 당(첨가당) 섭취는 비만과 혈당 상승을 유발했다”며 “탄산음료 섭취량이 많을수록 아이들의 TV 시청, PC 사용시간이 늘어났고 우유와 과일 섭취는 줄었으며 패스트푸드와 라면의 섭취는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식약처가 2008년부 2011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결과를 근거로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하루 평균 총 당류(천연당+첨가당) 섭취량은 61.4g이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김초일 박사는 “이중 과일(과당)을 통해선 15.3g, 우유(유당)을 통해선 3.5g의 당류(천연당)을 섭취하는 데 비해, 탄산음료 등 가공식품(우유 제외)을 통해선 35g의 당류(첨가당)를 섭취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지원을 받아 실시됐으며 최근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열린 한국식품커뮤니케이션포럼(KOFRUM)주최 심포지엄에서 처음 공개됐다.


이영수 기자 juny@kmib.co.kr 기사모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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