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부족 청소년들 자살·자해 위험 높다”

기사승인 2014-08-04 13:4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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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초중고교들이 방학에 돌입했다. 방학(放學)은 말그대로 학업에서 ‘석방’된다는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요즘 청소년들은 학업 및 입시 준비로 방학을 고스란히 책상 앞에서 보내기도 한다.

오히려 방학을 이용해 기숙사형학원에 등록한다고 하니 방학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무색할 정도다. 적정한 수면시간 확보와 휴식이 정신적, 육체적으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이를 실천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이러한 가운데 청소년들의 부족한 수면시간이 자살시도 및 자해와 연관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한국 10대의 자살률과 자살률의 증가속도는 OECD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자살시도와 자해는 자살의 주요한 예측인자로 여겨져 온 만큼 수면부족과의 연관성에 주목해 적극적으로 예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강승걸 교수와 서울의대 정신건강의학과 이유진 교수팀은 청소년들의 주말 보충수면시간과 자살시도, 자해 빈도와의 연관성을 조사했다.

수면부족과 늘어나고 있는 자살행동과의 연관성을 규명함으로서 수면부족과 증가된 자살 위험과의 관계를 밝히고자 했다.

주말 보충수면시간은 주말 수면시간에서 주중 수면시간을 뺀 시간을 의미한다. 주중에 수면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은 주말에 늦잠 혹은 낮잠을 자게 되는데 보충수면시간이 길수록 주중 수면시간이 부족함을 나타낸다.

강 교수팀은 수면부족과 자살행동과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해 이를 분석했다. 조사에는 인천지역 중고등학생 4,145명이 참여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주중 수면시간 등 자가보고형 수면설문지, 최근 1년간의 자해와 자살시도 여부, 자살 생각 척도, 우울증상의 유무와 증상의 심각성 정도를 평가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작된 자기보고형 척도인 벡우울척도(Beck depression inventory), 학원에서 공부하는 시간과 성적 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대상자의 평일 평균 수면시간은 7시간, 주말 수면시간은 8시간 51분정도로 평균 1시간 50분을 보충수면을 하도록 했다. 여학생의 경우 보충수면시간이 2시간정도 남학생은 1시간 30분정도로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주말보충수면시간이 30분 정도 많았다.

그 결과 자살에 대한 생각은 주말 보충수면시간, 우울지수, 학원에 있는 시간과 각기 연관성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주말 보충수면시간이 길고, 우울지수가 높고, 학원에 있는 시간이 길수록 자살생각이 심했으며, 실제 최근 1년간 자살시도와 자해의 빈도가 높았다. 이 결과는 청소년들의 부족한 수면시간이 자살시도 및 자해와 연관되며 위험요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특히 평균수면시간인 7시간미만으로 수면을 취하는 응답자들은 연령이 높고(고학년), 여성인 경우가 많았으며, 7시간 이상 수면 대상자보다 우울지수와 자살사고점수가 높았다.


강승걸 교수는 “청소년은 수면부족, 정서불안, 학업스트레스, 충동적 성향 때문에 자해나 자살시도에 취약하다.”며 “한국은 OECD에서 가장 자살률이 높고, 학업에 대한 압박으로 청소년 수면시간이 매우 부족한 나라로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와 사회적 차원의 대책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 기사모아보기